한국은 30년 전 G2 국가인 일본을 상대로 반도체 분야에서 도전장을 내밀었는데요. 흡사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보이는 이 전쟁의 최종 승자는 결국 한국이었습니다. 도대체 30년 전 한국이 무슨 수로 일본을 이겼는지 궁금한 사람이 많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포스팅에는 약자였던 한국이 취한 전략과 강자였던 일본의 결정적인 패착에 대해 상세히 적었습니다.  

 

반도체 산업을 지배하고 있던 일본

 

반도체는 선진국들만 하는 첨단 기술 산업이었습니다.  80년대 당시 일본 전자 기업이 세계를 지배하고 있었고 바로 옆 나라인 일본 사람들조차 한국이라는 국가를 잘 몰랐던 시기였습니다. 그리고 일본과의 소득 격차는 5배 가 넘게 나던 시기였습니다.

 

한국과 일본의 83년부터 86년까지 1인당 gdp 비교 차트

 

하지만 83년에 삼성 이병철 회장이 D램 산업 진입을 선언했습니다. 이때 당시 IBM은 이병철을 과대망상증 환자라고 욕했고 일본은 한국이 D램을 개발하려면 20년은 더 걸릴 것이라고 비꼬았습니다.

 

소득 격차 수준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지금 현재로 따지자면 베트남이 D램 산업 진입을 선언하고 삼성전자를 넘어서겠다고 말하는 것과 똑같습니다. 하지만 이병철 회장은 D램 개발에 성공해야 다가오는 21세기 첨단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 했습니다. 

 

청와대, 삼성 임원 모두의 반대를 무릎 쓰고 삼성전자는 D램 개발에 들어갔습니다.

 

한국vs일본 반도체 전쟁 시작

 

한국과 일본의 반도체 전쟁을 이해하려면 D램이 무엇인지 간략하게 이해하고 시작해야 합니다. D램은 메모리 반도체 즉 데이터를 저장하는 공간입니다. 컴퓨터의 CPU가 연산, 명령을 하는 뇌 역할이고 메모리는 CPU가 명령 하는 것들을 저장하는 장치입니다. 쉽게 생각해서 창고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메모리 반도체 그리고 비메모리 반도체 CPU의 각자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설명

 

사진 상의 구조만 보더라도 메모리 쪽이 CPU보다 훨씬 단순해 보입니다. 시키는 거만 저장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실제로 D램은 CPU보다 설계가 훨씬 단순합니다. 이 단순함으로 인해 피 튀기는 전쟁이 시작 됩니다.

 

수많은 기업들이 뛰어들었던 D램 산업

 

첨단 기술이긴 하지만 설계의 단순함 때문에 진입이 쉬워서 수많은 대기업들이 D램 산업에서 경쟁했습니다. 30년 전 D램 기업들의 순위 사진을 보여드리겠습니다.

 

30년 전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 매출 순위

 

하지만 설계가 단순해도 매년 들어가는 투자 비용은 상상을 초월 했습니다. D램 크기가 매년 작아지고 저장 용량은 높아지는 구조여서 장비도 매년 교체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D램 기업들은 1년만 뒤쳐져도 나가떨어지는 구조였습니다. 

 

이때 당시 세계 시장을 선점하고 있던 일본은 특유의 장인 정신으로 고퀄리티 D램을 생산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이 고퀄리티가 일본의 발목을 붙잡는 계기가 됐습니다.

 

과잉 품질 때문에 가격 경쟁에서 밀린 일본 기업

 

80년대 당시 D램은 슈퍼 컴퓨터에 들어가는 부품이었습니다. 그래서 일본 기업도 그에 맞춰서 고품질의 D램을 생산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세계 컴퓨터 시장은 엄청난 변화를 겪고 있었습니다. 바로 개인용 컴퓨터가 서서히 가정집에 들어서고 있었죠.

 

개인용 컴퓨터에는 슈퍼 컴퓨터에 들어갈 급의 D램이 필요가 없었습니다. 개인용 컴퓨터에 딱 맞는 수준의 D램이 필요했죠. 삼성전자는 이 변화하는 시장을 빠르게 눈치챘습니다. 

 

삼성은 개인 컴퓨터에 굳이 필요 없는 D램 성능은 다 빼버리고 일본보다 낮은 급의 D램을 생산했습니다. 당연히 가격 면에서 일본보다 훨씬 유리했습니다. 삼성은 시장에서 요구하는 스펙을 잘 맞췄고 일본은 오버 스펙을 내놓은 거죠. 이 치명적인 실수가 일본 반도체 몰락의 결정적인 계기가 됐습니다.

 

고품질이 패배의 요인이 된 이유

 

“돈 조금 더 내고 고품질이면 더 좋은 것이 아닌가?”는 의문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나친 과잉 품질은 개인 디바이스 시장에서 힘을 쓰지 못했습니다. 시속 300km 까지 달릴 수 있는 살짝 비싼 자동차 vs 시속 150km 까지 달리는 보통 가격 자동차가 있으면 사람들은 대부분 후자를 선택합니다.

 

평생 살면서 시속 300km 밟을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개인 디바이스는 사람들의 교체 주기가 빨라서 굳이 10년 20년 쓸 수 있는 고품질을 만들 필요가 없었습니다. 시장의 급격한 변화를 읽지 못한 일본 기업들은 서서히 D램 생태계에서 도태됐습니다.  

 

삼성전자의 승부수

 

4M 칩 개발 때부터 D램 저장소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원래는 평면에 저장소와 트랜지스터를 놓는 구조였습니다. 하지만 반도체 크기는 매년 작아지는데 저장소는 많아지니 이걸 평면에 다 놓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장소를 스택(쌓아올림) 방식으로 할 지   트렌치(구멍을 팜) 방식으로 할 지 D램 기업들이 고민에 빠졌습니다.  

 

D램 반도체의 스택 방식과 트렌치 방식

 

이때 당시 세계를 선도하던 D램 기업들은 트렌치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삼성전자도 스택팀과 트렌치팀이 나뉘어서 어떤 것이 더 좋을지 서로 경쟁하며 분석했습니다. 하지만 도통 결론을 낼 수가 없었고 일본 기업들은 트렌치 방식으로 벌써 양산을 시작했었습니다.

 

이 이상 늦어지면 일본에게 시장 점유율을 뺏길게 분명했기에 이건희 회장의 빠른 결단이 필요했습니다. 위로 쌓는 것이 불량을 확인하기 편하다는 스택팀의 보고를 받은 이건희 회장은 결국 스택으로 결정하게 됩니다.  이 결정은 삼성전자가 일본 기업을 무찌르는 결정적인 선택이 됐습니다.

 

불량을 확인 하기 쉽고 빠르게 대처가 가능한 스택 방식을 선택한 삼성전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일본 기업들보다 월등한 생산성을 보여주었습니다. 그 후 자연스럽게 일본 반도체 기업은 몰락했습니다.

 

P.S 삼성전자 반도체 역사에 관한 다큐 영상을 첨부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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